초보자들이 MM에 대해 대체로 갖는 불만은, 왜 동티어 전차끼리 매칭을 시켜주지 않고 내가 타고있는 경전차가아무리 때려도 데미지를 입히기 어려운 전차들과 같은방에 넣기도 하냐는 것이다. 이런 의문이 생겨나는 것은 3~4티어 경전차를 타면서 부터일 것이다.
2티어까지는 그래도 비교적 같은티어의 전차들 혹은 많아야 1티어 차이의 전차들과 같은 전장에 들어가게 되지만, 3티어부터는 2티어 위인 5티어 중전차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4티어 경전차들 중에는 정찰목적으로 만들어져 최대 8티어 중전차들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에 이런 불만이 생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이 시점쯤에서 유저들은 답답한마음에 이곳저곳에서 고티어를 어떻게 상대하면 좋냐는 질문도 해보고, 전차 약점도 찾아서 공부해보지만 게임에 들어가서 아무리 약점을 쏘더라도 도탄되는 상대방 고티어 전차를 보며 멘탈이 붕괴되는 것을 느끼게된다.
(게다가 월탱에서 전차 '약점'이 의미하는 것은 보통 장갑이 얇은 부분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모듈이 위치한 부분들을 주로 의미하므로, 꼭 약점이라고 해서 장갑이 얇은 것은 아니다.)
또, 초보들의 이런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들역시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정찰을 잘 하시면 됩니다 ^^ 내지는 정찰하라고 만든건데 왜 싸워서 죽일 생각을 하나요 정찰만 잘해도 밥벌이 합니다 ^^ 내지는 심지어 정찰 못하는 님 실력이 문제에요 ^^ 처럼 들리는 답변들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체 정찰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한대맞으면 폭죽처럼 터져나가고 최고속력은 좀 있다지만 가속이 좋아서 동영상에 나오는 t-50처럼 쉭쉭 꺾어가면서 미친 기동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시야가 엄청나게 긴가? 그렇지도 않다. 왜 다른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정찰하라는 답변을 하는건가?
그렇다. 사실 3~4티어 경전차로 고티어방에서 뛰어난 정찰플레이를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본인도 북미서버에서 만 삼천여판을 굴렸지만 독일 4티어 경전차 38nA타고 8티어방 들어가면 한대맞고 폭죽신세가 되기 일수다. 또, 정찰을 성공하더라도 팀이 꼭 이긴다는 보장역시 없기때문에 답답함은 더욱 심할 것이다.
왜 저티어 전차가 고티어 전차와 만나게 되는가. 워게이밍의 개발자들이 저티어의 애로사항을 모르기 때문에 MM값이 이런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개발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MM이 저티어 전차들과 고티어 전차들이 같은 방에 넣는 것은 개발자들에 의해 의도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대체 왜?!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매치메이커가 왜 저티어 전차들과 고티어 전차들을 같은방에 넣으며 초보 유저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1. 게임 플레이환경의 다양성 형성.
만일 MM이 동등한 티어의 전차들끼리만 매칭을 시킨다고 하자. 그 결과 랜덤배틀에서 실현되는 차종 배치의 경우의 수는 감소하며, 게임 플레이 환경의 다양성이 감소하므로 게임 플레이 방식 역시 단조로워지게 된다.
슈퍼테스트 초기에, 8티어 골드탱크를 샀던 유저는 아마도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슈퍼퍼싱이 한팀에 10대, 나머지 8티어 골드탱크가 다섯대씩 들어와서 맞붙는다. 어쩌다가 7티어 골드탱크 6티어 골드탱크, 그리고 4티어 골드 자주포가 가끔 보인다.
재미있었는가? 재미있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두판이야 재미있겠지만 계속해서 같은매치를 반복하면 슈퍼퍼싱이 슬로우 퍼싱으로 보이는 게슈탈트 붕괴현상을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2. 게임 내 경제구조/중저티어 유저 플레이의 안정화를 위해.
유저들의 크레딧 수급/지출과 관련된 부분과 중/저티어 유저를 위한 배려 등, MM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차를 매치시키는 것은 전체적인 게임 구조의 안정화와 관련된 부분도 있다. 크레딧 수급률이 높은 티어는 중앙티어(5티어가 주로 최고치이며, 이를 벗어날수록 점점 떨어짐. 고티어는 프리미엄 유저더라도 패배시 적자를 보는 방향으로 점점 이동한다.) 이기 때문에, 게임이 점점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수의 고티어 전차를 출고한 유저가 많아지더라도 티어업을 하는 신규 유저들이 인원 부족으로 고생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MM이 이러한 구조를 좀 더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게된다.
3. 유저들에게 게임플레이 학습을 강요하기 위해.
위에서, 신규 유저들이 3~4티어 경전차를 타게되며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고 약점도 찾아보고 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유저가 왜 이런 고민을 하게되는가? 내가 타는 전차의 역할이 갑자기 달라지기 때문이다.
1~2티어에서는 얼마든지 상대 경전차들과 교전하며 데미지를 줬지만, 3~4티어 경전차는 물론 비슷한 티어의 방에 걸릴 때에는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더라도, 5티어 전차들이 다수 등장하는 방에만 들어가도 5티어 전차들과 제대로 싸우기가 어렵다. 게다가 KV-1이라도 등장하면 독일군이 체험했다던 KV 쇼크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3티어 경전차로는 보통 전 후 좌 우 어디를 쏴도 안뚫린다.
*거의 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에픽 훈장중 하나인 라세이니(Rossienie)의 영웅 훈장(14명방에서 14킬, 혹은 15명 방에서 15킬 시 주어지는)을 보라. KV-2 한대가 독일 6 기갑사단의 진격을 꼬박 하루동안 막아낸 것을 기념하는 훈장이다. 독일군의 충격을 체험하라는 개발사의 배려 ^^ 그나마 예전버전에서는 KV가 지금처럼 KV-1과 KV-2로 나뉘지 않았으며 5티어에서 KV-2의 대두포탑을 달고 107mm 혹은 152mm를 장착 가능했으므로 지금은 많이 완화됐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이야기가 조금 샜지만, 어쨌든 유저들은 이 시점에서 반 강제적으로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를 고려하게 된다. 그리고 적어도 이 시점쯤에서 게임 메커니즘을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찾아보게 된다. 슬슬 고티어를 타기에 걸맞는 자격을 갖추기 위한 준비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쨌든 장갑, 관통이나 위장/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저티어 전차들이 방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경전차/중전차/중형전차의 플레이 역할은 무엇인가 정도는 배우거나, 고민해보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구간이 그렇게 티어업이 긴 구간은 아니기 때문에 아 뭐지 ㅅㅂ 계속 터지네 하면서 그냥 판수로 때우고 넘어가는 플레이어들도 분명 존재한다. 워게이밍은 초보자들에게 200판 300판씩 전차를 타게 만들면서 플레이 학습을 강요할정도로 독하지는 않다.그러나, 초보자들이 계속 즐겁게 동일한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도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두자.
게임 플레이 학습 강요와 관련하여 3~4티어 경전차의 예시를 주로 들었지만, 결국에는 10티어를 타지 않는 이상 내 전차의 티어가 떨어지는 방에 들어가는 경험은 10티어를 탈때까지 계속된다. 때문에 아 뭐지 ㅅㅂ 계속 터지네를 연발하며 개돌폭사를 반복하는 플레이어도 게임을 계속하는 이상 이기고 싶다면 언젠가는 저티어 전차로서, 또한 자신의 전차의 클래스에 맞는 플레이어를 배워야만 한다.
어느정도 플레이를 한 사람은 알겠지만,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원의 협동이 필수불가결하다. 흔히 말하는 양키플레이가 무엇인가? 자신의 전차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은 플레이다. 격파될 것이 두려워서 뒤에서 빼꼼샷만 시전하는 저티어 전차들은 전혀 팀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모든 플레이어가 내전차는 최대한 아끼면서 상대방을 때리려고만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중저티어 전차가 캠핑/저격만 하는 팀은 망팀이다. 단언할 수 있다. 이런 망팀이 이기는 경우는 상대팀이 아군팀보다 더 망팀인 경우 뿐이다. 고티어 전차들에게도 고티어 전차들의 역할이 있으나 저티어 전차들에게도 저티어 전차들의 역할이 있다.
저티어 전차들은 팀의 눈이 되어주어야 한다면 팀의 눈이 되어주어야 하고, 고티어전차들이 적의 고티어 전차들과 교전한다면 뚫리지도 않는 전면을 뚫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기동을 통해 적의 측후면을 공격하거나 적의 방어선을 뚫고 점령시도 혹은 자주포 파괴를 위해 노력해야하며, 때로는 다른 중요한 아군을 위해 대신 맞아서 죽어주기도 해야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클래스별로도 해줘야만 하는 일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유한 역할을 포기할줄도 알아야 한다.
경전차는 다소 딜링을 포기하더라도 정찰을 충실히 수행해야하며(물론 우회가 정찰보다 더 중요한 순간에는 우회해서 같이 딜링해줘도 괜찮다.),
중형은 되도록 몸빵은 지양하되 할땐 해줘야하고, 나름의 기동력을 살려 경전차를 살려줄땐 살려주고, 우회해서 딜을할땐 딜을 해주며, 자주포를 막을땐 막아주고, 자주포를 잡을땐 잡아줘야하며, 정찰이 필요하다면 딜은 포기하고 정찰까지도 해줘야만 하고
구축전차는 매복기습 및 장거리 화력지원에 유리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로 라인을 밀때는 밀어줘야하며, 마찬가지로 중저티어라 화력에 큰 도움이 안된다면 등대가 필요한곳에 은신등대로 활약해줘야 할 수도 있으며,
자주포라면 화력지원에 충실하되 빠른 자주포라면 후방에만 짱박혀있지 말고 경우에 따라 스카웃 대신으로 활약해줘야 할 시기가 왔을때 해야만 하며 속도를 살려 적의 후방에서 TD모드로 한방 쏴야될 때 쏴줄 줄 알아야 하며,
헤비라면 1선에서의 몸빵을 책임지되 티어가 낮다거나 관통이 떨어진다면 우회를 시도하거나, 또한 장갑/티어가 낮다면 굳이 나서서 얻어 터질 필요는 없겠지만 아군의 주 헤비와 함께 라인을 구축하고 적 포화를 함께 맞아가며 도와줘야만 한다.
이는 1번과도 연관되는 내용이다. 모두가 같은 티어라면, 이런 플레이를 위해 머리를 써야하는 노력들이 그렇게까지 필요할까? 물론 필요하겠지만 여러 티어의 전차들이 한 전장에서 싸울 때 보다는 중요도가 낮다. 또한, 누가 발벗고 나서서 궂은 역할을 자처하겠는가?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고티어 전차들을 위해 저티어전차들만 너무 희생해야 하는것이 아닐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아군의 승리를 위해 저티어 전차들보다는 고티어 전차들의 전력을 온존하는게 중요하기는 하다. 아군에 바샤티옹과 AMX ELC가 있다면 누가 더 위험도 높은 정찰임무를 맡아야 할까? 누가 생각해도 AMX ELC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1. 고티어 전차의 온존만큼, 아군 저티어 전차들이 어이없이 펑펑 터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탱킹은 고티어 중전차들이 담당하게 되며, 저티어 전차들도 숫적 우세가 바탕이 된다면 우회하여 수가 적은 고티어 전차들을 파괴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중요한 전력이다.
2. 결국에는 내가 어떤 방에선 저티어 전차더라도, 어떤 방에선 가장 높은티어의 전차가 되기도 한다. 10티어를 제외하면 매번 플레이마다 어떤 특정한 전차들만이 궂은일을 도맡아야 할 필요는 없다. 월탱에는 영원한 탑도 없고 영원한 정글러도 없다.
3. 저티어 전차들의 경우 오히려 고티어방에서 활약하는게 크레딧과 경험치를 더 얻을 수 있다. 조기에 폭사하지만 않으면 된다. 물론 고티어 전차를 때린다고 해서 크레딧과 경험치를 더 주는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티어 방에서 저티어방보다 더 많은 크레딧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왜냐고? 고티어 방의 전차들의 체력 총합이 더 많다. 따라서,
(1) 저티어방에서는 아무리 흥해도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총량에 한계가 있다.
(2) 정찰전차라면, 저티어방에서 시시하게 뎀딜하는 것보다 스팟해서 딜 나눠먹는게 더 잘벌린다. 38nA가 저티어방에서 흥해서 1200딜 하더라도 아군 자주포 눈으로 활동하며 스팟딜 3000 찍는게 훨씬 더 낫다.
(3) 경험치의 경우 받는 조건을 유심히 보면,
팀 성적 계수 |
아군 팀이 상대 팀에 입힌 총 타격을 기준으로 한 계수 적용
|
가 존재한다. 고티어방일수록 전차의 체력 총 합이 많으므로, 승리시 팀 성적으로 인한 경험치 팩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맺으며
무조건 MM의 불합리함을 탓하지 말고, 승리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자. 월탱은 팀게임이며, 비록 언제나 이를 망각하고 아군에게 고통을 주는 플레이어들이 있으나 적어도 나만은 팀을 위한 플레이어가 되도록 노력하자.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 되었을 때에만 보통의 플레이어는 뛰어난 플레이어가 되며, 중대전에서도 클랜전에서도 마찬가지로 환영받는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다.
개인기와 이기적인 플레이로 상황을 풀어가려 하지 말자. 공방에서는 팀에 헌신적인 플레이어보다 이러한 플레이어들의 평균 획득 경험치/크레딧이 더 많을 수도 있으나, 게임의 또다른 컨텐츠인 중대, 클랜전, 토너먼트 등 조직력이 필요한 경기를 즐기기를 원한다면 절대 이기적인 플레이 습관을 익히지 않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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